지난 월요일에는 친정에를 다녀왔다.
날씨가 좋아서 엄마와 함께 동네를 산책했다.
우리 엄마는 유방암 진단받고 6년차...
보통 5년정도 지나면 그.나.마. 안정세라고 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엄마는 소소하게 알바도 하시면서
즐겁게 일상을 보내신다.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때
우리집안에는 암이 걸린 사람이 없었고 외가는 대부분
장수하시는 편이라...충격이 엄청났다.
처음에 엄마가 오른쪽 겨드랑이에 불편감을 느껴서 동네병원을 찾았고
큰 병원을 가보는게 좋다고 해서 대학병원으로 전원하였다.
그곳에서 처음에 시행한 초음파상에서는 암은 아닌것 같으나
6개월마다 검진을 꾸준히 해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초음파하시는 선생님께 오른쪽 겨드랑이에
통증이 있다...잘 좀 봐달라 했었고...
근데 그 선생님은 대충대충 보고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6개월 후...재검을 하러 갔을때
유방암이 오른쪽 겨드랑이에 있고 사이즈가 꽤 크다고 했다.
그때당시 의사는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서 초기,중기,말기가 있다면
유방암 중기라고...
친정아빠는 병원을 고소하겠다고 난리였다.
6개월전에 그렇게 다시좀 봐달라고 했던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유방암이 발견되었고
6개월만에 사이즈가 너무 많이 커져있었거든...
그날 조직검사 결과를 듣고
유방암 판정을 받은 순간...
나는 엄마가 우는 것을 보았다.
그냥 눈물을 뚝뚝흘리는 것이 아니라
툭 터져나오는 울음...
그동안 젊은시절 가난과 권위적인 아빠때문에 고생했던 엄마는
우리앞에서는 늘 강해보였었는데...
참고 있던 설움이 터져나오는 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나도 눈물이 났다.
엄마는 그렇게 수술을 했고 8차의 항암과 방사선치료까지 마쳤다.
원래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는
유방암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온몸의 털이 다 빠지면서 거울을 보는 것 조차 우울해했다.
온몸의 피부와 손발톱도 검어지고
눈썹까지 다 빠져버리고...
속이 울렁거려서 식사를 제대로 할수도 없었고
삶이 무기력했었다.
엄마는 키도 크고 세련된 스타일이라
어딜가든 사람들에게 시선을 받던 사람이었는데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과 검어진 얼굴과 부어버린 몸까지...
정말 많이 우울해 하셨다.
그리고 나는...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다닐때마다
엄마와 같이 다니면서
내 자신이 정말 못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내가 대학병원에서 일할 당시
외과병동에 있었던 나는 유방암,위암,갑상선암 등 암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때는 하루 10건이 넘는 수술이 너무 버거웠고
신규로써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 암환자분들이 그냥 일같이 느껴졌었다.
유방암 환자들은 보통 수술하는 가슴부위쪽 팔을 arm save하고
반대쪽은 수술하는 동안 혈압커프를 감아놓기 때문에
다리에 18G로 두꺼운 바늘을 꽂아서 수술을 내렸었다.
그래서 주사놓기도 너무 힘들고
그냥 모든게 힘들고 일만 같았다.
근데 우리 엄마가 유방암 환자가 되고 보니
그분들을 생각할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그때...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드릴걸...
유방암 진단을 받고 얼마나 슬프고 두려웠을까...
젊은 아가씨부터 할머니까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여자로써 가슴을 도려내는데...
항암을 하느라 자기모습이 자기가 아니게 되는데...
지금생각해도 너무나 미안하다.
어쨌거나 엄마는 지금 매년 검진을 다니고 계시고
검진상 깨끗하고 다른 건강상 문제도 없다.
그래서 감사하다.
엄마는 아무래도 젊은시절 아빠가 속을 많이 썩여서 그런가보다 하시면서
나보고 밤근무를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일하던 그 병원 수선생님들도 유방암이 많았었지...
게다가 요즘 내 지인들 중 40이 안된 친구들이 유방암 걸려서
항암하는 친구들이 두명이 있다.
갑자기 무서워지네...
아무튼...
엄마가 유방암을 겪으면서 느꼈던 것들은.
첫째...건강검진은 꾸준히하자.
특히 여자라면 갑상선,유방,자궁 등...
둘째...보험을 잘 들어놓자.
물론 암판정이 받으면 나라에 등록이 되면서 치료비의 5%만 내면된다.
하지만 암보험을 많이 들어놓았던 엄마는 여윳돈이 생기면서
항암치료받는 동안 그 돈으로 분풀이(?)겸 스트레스풀이겸
쇼핑을 하시면서 좀 기분이 나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난 후에 여행도 다녀오셨다.
셋째...스트레스 받지 말자.
이건 뭐...말해뭐해...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하지만 받기 싫다고해서 받지 않는건 아니니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걸로.
요즘 내가 미는 구호는 ‘너때문에 내 기분을 왜 망쳐야하는데?’ 이다.
상대방이 스트레스를 주더라도 너는 혼자그래라.
나는 니가 주는거 안받을란다...하고 마인드 컨트롤 중이다.
아무튼...
요즘은 3명중 한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라고 하는데...
나이가 어릴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정말 암에 걸린 분들이 많다.
나도 자주자주 검진하고 스트레스 받지않고 살아야지.
그리고 조만간 나이트킵 간호사도 그만 둬야겠다.
나한테 딱 맞긴 한데...ㅜㅜ 참 슬프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시길.
아프면 나만 손해.
주변 사람들은 내 대신 아파해주지 않아요.
끝.